도메인 지식 생각으로부터 반 년
당시 도메인 지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종종 우리는 개발자, PM, 디자이너 등 제품 조직의 구성원에게 첫 번째로 ‘문제 해결’ 능력을 원하지만, 핵심 멤버나 시니어, 매니저로 갈수록 ‘문제 정의’를 잘 해주길 바라고,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서 형태를 정의하고, 해결해주길 바라곤 한다. 더 구체적으로 행위의 추상화 레벨을 끌어내려보자. 나는 이것이 ‘우리’ 조직이 처한 상황과 가진 것들에서 발현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이고, 최소한의 트레이드 오프와 최대한의 투자 효율을 끌어낼 수 있을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 조직을 알아야하는데, 이는 이미 조직 구성원으로 전제가 출발하는 이상 대개 어렵지 않은 영역이다. 우리 조직을 알았다면 그 다음은 뭘까? 우리가 속한 산업과 시장을 알고, 기반하여 우리가 풀고자 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정의한다. 그리고 정의한 문제를 실제로, 또 단계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방정식으로써 추상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분할정복을 통해 문제를 쪼갠다.
실무자들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잘 하는 분야에서 능력을 십분 발휘해 원자 단위의 문제들부터 해결해나간다. 그런데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방법이나 함수는 AI가 점점 더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풀어 나갈지에 대해 트레이드 오프를 고려하며 결정하는 ‘인텐트’가 중요하고, 이 의도를 빠르고 확실하게 만들어내기 위한 기반 지식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던 것 같다. 근래 구글의 ‘나노 바나나 프로’ 모델은 이미지를 정말 잘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이미지가 광고로 쓰일 때, 어떠한 임팩트를 만들고,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는 아직 AI가 이미지를 만들면서 알려주진 않는다. 아마 AI의 다음 정복지는 이 곳일 것이다. 이렇게 도메인 지식이라고 불리우는 것들도 정복될 수 있다. 아마 곧일 것이라 생각한다. RAG, 팔란티어의 온톨로지만 봐도 그럴 것 같지 않은가? 물론 도메인 지식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방정식의 리터러시로서, 그런 방정식을 세우고 엮는 레이턴시를 줄이기 위해서 계속 인간에게 있으면 좋은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 본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해?’라는 인텐트, 의지와 그 근거를 찾아나가고, 판단하는 것이 초지능, 혹은 AGI라고 일컫는 유토피아같은 게 도래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유효할 것이다. 컴플라이언스가 현재 어떻고, 어떻게 변화할 지를 예측해서 선제적 대응을 AI가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에 따른 책임과 권한은 또 어떠한가? 비단 블록체인 트릴레마가 이상처럼 잘 해결되고 있나? 비슷한 문제로 한계에 처해있지 않나. 따라서 적어도 근미래는 아닐 확률이 크고, 그러니 그때까지 그런 의지와 결정에 필요한 근원적 힘을 기른다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이전에는 하드 스킬, 소프트 스킬, 도메인 지식, 네트워킹 등 엄청나게 많았다. 그러나 비단 코드를 작성하기 쉬워지니 코드 한 줄의 단가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개발자 대체설이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근원적 힘이라고 여겨지던 영역들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지는 부분 중 하나는 인간의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배경 지식은 AI도 모두 갖고 있겠지만, 그걸 접해서 경험이라는 함수로 해석하는 과정이 상이하고, 그런 부분들이 모이고 모여 인간 개개인의 행동 의지로 발현되는 것이야 말로 창의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충분히 예쁜 그림’에서 충분히 예쁘다는 형용사와 부사는 어느 정도이며, 피카소와 반 고흐 중 누가 그림을 잘 그리는가? 편향과 취향적 해석이 필요한 영역이다. 창의력을 그저 ’새로운 것, 혹은 그런 것들의 조합‘이라고 귀결한다면 AI는 이미 사람을 뛰어 넘고 있다. 그렇지만 통용되는 창의성이라는 개념은 그런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통해 취향 분석마저 정복해나간다. 그렇지만 오늘 처음 가입한 사용자는 인용할 데이터가 없지 않은가? 오늘은 ‘그냥’ 새로운 게 보고 싶다는 사용자는? AI가 ‘그냥’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아니면 그걸 위해 사용자에게 서베이를 시킬 것인가? 그것이 좋은 경험의 인터페이스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경제학에서도 언제나 인간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의지와 판단력이야 말로 최후의 보루이자 인간이라는 종의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현대의 프로그래머에게 기대되곤 하는 것 중, ’불편함에 익숙해지지 말라‘는 말이 있다. 불편함에 익숙해지지 않고, ’이것은 문제다‘라고 판단하고 현상의 구조를 바꾸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은 프로그래머의 덕목으로 여겨진다는 것인데, 어떤 현상을 문제라고 느끼는 수준과 감도는 AI가 어떻게 판단해줄 수 있는가? 참으로 모호하다. 네비게이션도 여전히 목적지는 사람이 지정한다. 문제 해결의 가설을 여럿 세워준다고? 그것은 해결이나 정복이 아닌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https://medium.com/@songforthemute/하드-스킬-소프트-스킬-도메인-지식-574ed97bf075